법원이 핵심적으로 판단한 것은 소지 행위 자체의 위법성이었어요. 제작 여부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의 얼굴이 합성된 나체 사진을 휴대전화에 보관·소지한 행위가 피해학생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제작 여부를 입증하지 못했더라도, 소지라는 사실 자체가 피해학생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인정된 거예요.
2) 부모의 보호감독의무 위반도 함께 인정됐습니다
법원은 가해학생 개인만이 아니라, 그 부모도 공동 책임을 진다고 봤습니다. 이 책임은 단순히 자녀의 행위에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 자신의 독립적인 의무 위반에 기한 것이에요.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며 친권을 행사하는 부모는 자녀가 타인에게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일반적·일상적으로 지도와 조언을 할 보호·감독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위반하면 민법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에요.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올바른 성교육을 포함한 지도를 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3) 위자료는 일부 인정됐습니다
법원이 인정한 위자료는 청구액보다 적었습니다. 피해학생에게는 500만 원(청구액 3,000만 원 중), 피해학생 부모에게는 각 70만 원(청구액 각 100만 원 중)이 인정됐습니다. 액수 산정에 참작된 사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두 학생의 나이, ② 불법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정도 및 그 이후의 정황, ③ 불법행위가 피해학생의 학교생활에 미친 영향과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 ④ 불법행위와 관련된 수사 결과, ⑤ 가정법원의 처분 및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심의와 결정
3. 이 판결을 주목해 볼 이유
1) 형사 처벌이 어렵더라도 민사 책임은 별도로 인정 가능
이 판결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제작 행위가 증거 부족으로 인정되지 않았음에도 책임이 인정됐다는 점이에요. 소지라는 행위만으로도 피해학생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가 된다는 것을 법원이 명확히 했습니다.
참고로 최근 대법원은 딥페이크 합성사진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행위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어요. 형사 처벌의 요건과 민사 손해배상의 요건은 다르다는 점을 참고하세요.
2) 학폭 절차와 민사 소송은 별개
이 사건에서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처분과 민사 손해배상 소송이 함께 진행됐어요. 학폭 조치가 있었다는 것이 민사 소송을 막지 않습니다. 두 절차는 목적도 다르고 요건도 다릅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직접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이 면책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누군가의 얼굴이 합성된 나체 사진을 소지한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의 인격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거예요. 딥페이크 피해는 사진이 유포되는 순간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휴대전화 갤러리에 그 사진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피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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