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능력과 계약의 효력, 이미 끝난 부동산 거래도 무효가 될 수 있나요?
최근 전주지방법원(2025가단10449)은 매도인이 의사무능력 상태에서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매수인이 이미 등기를 마치고 시설 및 건물을 설치했더라도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부동산 매매는 한 번 계약이 체결되면 끝나는 거래가 아닙니다. 소유권 이전은 물론이고 이용·개발, 나아가 제3자에게 다시 매도되는 경우도 많죠. 그래서 법원은 늘 부동산 매매를 당사자의 법률관계에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법률행위’로 봅니다.
이런 거래에서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는지, 등기를 마쳤는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계약을 체결할 당시 당사자가 그 의미와 결과를 실제로 이해했는지가 핵심이 됩니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의사무능력을 판단함에 있어 무엇을 기준으로 어떤 사정을 종합해 보아야 하는지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해당 판결을 중심으로 법원이 제시한 의사무능력 판단 기준은 물론 거래상대방과 제3자 보호 여부까지 함께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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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미 끝난 부동산 거래, 다시 무효가 논의된 이유
이미 거래가 끝난 부동산임에도 무효가 다투어지게 된 이유는 매도인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의사무능력 상태였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원고(매도인)는 고등학생 시절 뇌종양 수술을 받은 이후 전반적인 인지기능 저하를 겪어왔는데요. 문제의 토지 역시 스스로 매수한 것이 아니라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원고는 2018년 피고(매수인)들에게 토지를 매도했습니다.
이후 일부 토지는 제3자에게 다시 매도되었고 각 토지 위에 태양광발전시설 또는 건물이 설치됐습니다. 외형상으로는 부동산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이용·개발까지 진행된 상황이었죠.
그러나 원고는 뒤늦게 자신이 매매계약의 의미와 법적 효과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했다며 해당 매매계약의 무효를 주장하고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와 시설물 철거를 청구한 것입니다.
2. 법원의 의사능력 판단 기준
법원은 먼저 ‘의사능력’이란 ‘자기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나 지능’이라고 전제했습니다. 특히 부동산 매매처럼 당사자에게 미치는 법률효과가 중대한 경우, 의사능력 유무는 단순히 일상적 의미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에 대하여도 이해할 수 있어야 의사능력이 인정되는 것이죠.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장애인복지법령에 따라 지적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았다거나 등록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해서 곧바로 의사능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법원은 형식적인 등록 여부보다 계약 당시 실제로 판단 능력이 있었는지를 살폈는데요.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함께 고려됐습니다.
뇌종양 수술 후 지속된 전반적인 인지기능 저하
지능지수(IQ) 65로,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자기 보호에 한계가 있는 상태
사회성숙연령은 11세 수준으로 평가
이 사건 매매계약 이전에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전혀 없는 점
매매계약 체결 후 한정후견이 개시된 점
이처럼 의사능력은 한 가지 사정만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계약 당시의 상태와 판단 능력, 그리고 그 거래가 당사자에게 얼마나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함께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3. 의사무능력 상태에서 체결한 부동산 매매계약, 어디까지 무효가 될까?
이 과정에서 피고들이 주장한 신의칙 위반 및 권리남용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피고들은 각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와 토지 위 건물 및 태양광발전시설 철거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의사무능력자의 법률행위에 대해서는 민법상 선의의 거래상대방 또는 제3자 보호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법원은 이미 제3자에게 전매된 토지에 대해서도 선행 매매계약 자체가 무효인 이상 후속 등기 역시 유지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다만 실무에서는 사안에 따라 부당이득 법리(2008다58367)나 신의칙의 예외적 적용(2004다51627)을 통해 거래관계의 불합리를 조정하는 방식이 논의될 뿐입니다.
✅ 이 사건과 유사하게, 거래의 효력을 다투는 과정에서 무권리자의 처분행위 문제가 함께 거론되기도 합니다. 무권리자의 처분행위는 무권리자(처분권한이 없는 자)가 타인의 권리를 처분한 경우인데요, 원칙적으로 무효이지만 권리자의 추인이 있으면 소급하여 유효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권리자 본인이 의사무능력 상태에서 법률행위를 한 경우로 법적 성질이 다릅니다. 의사무능력자의 법률행위는 확정적으로 무효이므로 추인으로도 효력이 회복될 수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죠. 이러한 점에서 두 법리는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권리자의 처분행위에 관한 쟁점은 향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4. 부동산 계약, ‘그때 이해했는지’가 나중에 문제 됩니다.
의사무능력을 둘러싼 부동산 분쟁은 단순히 계약의 유·무효에 그치지 않고,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범위, 후속 처분행위, 제3자 권리관계까지 연쇄적으로 문제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의사무능력 상태였음이 입증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질병이나 장애의 존재만으로는 부족하고, 다음과 같은 자료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계약 체결 시점 전후의 의료기록 및 인지기능 평가 자료
거래 내용이 당사자의 이해 능력에 비해 과도하게 복잡하거나 불리한지 여부
과거 유사한 법률행위 또는 부동산 거래 경험의 유무
계약 이후 후견 개시 등 법적 보호 필요성이 드러난 사정
법무법인 슈가스퀘어는 이러한 유형의 분쟁에서 계약 효력 판단부터 소송 전략 수립까지 전반적인 법률 검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의사능력과 관련된 계약의 효력이 문제 되는 상황이라면, 분쟁이 확대되기 전에 자신의 입장에 맞는 법적 대응 방향을 조기에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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