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7] 엔터 분쟁 리포트|이달의 소녀 vs 블록베리, 전속계약 분쟁의 전말
1. 츄의 소송과 갈등의 시작
걸그룹 이달의 소녀(LOONA)는 독특한 데뷔 프로젝트로 주목받았지만, 2022년부터 소속사 블록베리엔터테인먼트(이하 블록베리)와의 갈등이 본격화되었습니다. 분쟁의 출발점은 멤버 츄(Chuu)의 정산 문제였습니다.
츄는 2021년 12월, 수익 정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계약 조항도 불공정하다며 블록베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2022년 3월, 법원은 츄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여 전속계약 효력을 일시 정지시켰고, 같은 해 11월, 블록베리는 츄의 '갑질' 의혹을 제기하며 팀에서 퇴출하는 강수를 두었습니다. 이어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에 츄의 ‘템퍼링(사전 접촉)’ 의혹을 제소하며 연예활동 금지를 시도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츄 측에 유리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2. 전 멤버의 집단 소송과 법원의 판단
츄의 분쟁이 공개되자, 다른 멤버들도 계약 조건에 문제를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2023년 1월, 이달의 소녀 멤버 9인(희진, 김립, 진솔, 최리, 하슬, 여진, 이브, 올리비아 혜, 고원)은 블록베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법원은 이 중 희진, 김립, 진솔, 최리 4인에 대해서는 수익분배 조항의 불공정성을 인정하여 가처분을 인용했고, 하슬, 여진, 이브, 올리비아 혜, 고원 5인에 대해서는 계약 조항이 일부 변경되었다는 이유로 가처분을 기각했습니다.
이후 가처분에 참여하지 않았던 현진과 비비 역시 별도로 가처분을 신청해 2023년 5월, 1심에서 승소하면서 블록베리를 떠날 길이 열렸습니다. 반면 가처분이 기각되었던 5인은 항고를 제기했고, 2023년 6월 16일, 서울고등법원은 항고심에서 승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블록베리가 멤버들의 서면 동의 없이 일본 기획사에 전속계약상 권리를 일부 양도한 점을 문제 삼아, 본안 판결 전까지 전속계약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로써 이달의 소녀 멤버 전원은 가처분을 통해 전속계약의 효력을 잠정 중지시키는 데 성공했고, 그룹 활동은 사실상 중단되었습니다. 이후 멤버들은 차례로 새로운 소속사와 계약을 체결하며 독자 활동을 모색하게 됩니다. 블록베리는 가처분 패소 이후에도 본안 소송에서 끝까지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멤버들 또한 전속계약의 무효 또는 적법한 해지를 확인받기 위해 본안 소송을 진행하게 됩니다.
2023년 3월, 가처분에서 승소한 희진, 김립, 진솔, 최리는 본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에서 블록베리의 대응이 늦어져 일시적으로 궐석승소 위기까지 있었고, 결국 절차가 진행되어 2024년 6월, 서울북부지법에서 이들 4인에게 승소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츄의 경우, 가처분에 이어 본안 1심과 2심에서도 모두 승소했고, 블록베리 측이 상고했지만 2024년 6월 27일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이 내려지며, 최종적으로 전속계약 무효가 확정되었습니다. 법적으로 츄는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가처분 항고심에서 승소한 하슬, 여진, 이브, 올리비아 혜, 고원 5인은 2023년 8월, 본안 소송에 착수했습니다. 긴 다툼 끝에 2025년 4월 17일, 서울북부지방법원 민사12부는 이들이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계약 무효 청구는 기각했지만, “전속계약 및 부속합의의 효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며, 결과적으로 계약의 해지(종료)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들은 앞서 블록베리가 일본 기획사에 사전 동의 없이 권리를 양도한 행위를 근거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는데, 법원이 해당 해지 통지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 판결로 인해, 마지막 남은 5인까지 전속계약에서 완전히 해방되었으며, 이달의 소녀 멤버 전원이 블록베리를 떠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3. 해지 사유가 된 정산 구조와 전속 계약 조건
1) 불투명한 정산과 수익분배 구조
이달의 소녀 분쟁의 핵심 배경에는 수익 정산 문제가 있었습니다. 멤버들은 데뷔 이후 수입을 거의 분배받지 못했는데, 이는 계약상 비정상적인 수익분배 조항 때문이었습니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이달의 소녀 활동으로 약 8억 6천만 원의 순이익이 발생했지만, 계약서에는 “매출 대비 40%를 초과하는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멤버들에게는 단 한 푼의 정산금도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룹이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2019년에도, 매출 약 28억 8천만 원, 순이익 11억 1천만 원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산금은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블록베리는 연습생 시절 발생한 비용까지 정산 항목에 포함시켜, 초기에 투자한 비용 대부분을 회수하는 구조로 계약을 설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계약 구조 자체의 불투명성과 불공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습니다.
2) 과도한 전속기간과 불공정 계약 조항
아이돌 전속계약 분쟁에서 반복적으로 문제 되는 쟁점은 지나치게 긴 계약기간과 과도한 위약벌 조항입니다. 이달의 소녀 멤버들 역시 계약 기간 및 조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통상 업계 표준은 7년 계약이지만, 일부 멤버들의 경우 계약 조항이 중간에 변경되어 기간과 조건이 조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츄가 공개한 계약서에 따르면, 계약 해지 시 블록베리가 지출한 비용의 3배를 위약벌로 지급하고, 여기에 더해 남은 계약 기간 동안의 예상 매출의 15%를 손해배상금으로 추가 지급해야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와 같은 조항이 연예인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계약의 공정성을 의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이러한 조항들이 일반적인 거래 관행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판단하며, 전속계약 효력을 부인하거나 해지를 인정하는 근거로 삼았습니다.
3) 계약 해지 사유와 법원의 판단 기준
전속계약 분쟁에서 계약 해지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은 “상당한 이유”의 존재 여부입니다. 멤버들이 계약 해지를 주장한 주요 근거는 정산금 미지급,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불공정 계약 조항 등이었습니다. 법원은 이 같은 사유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멤버들의 계약 해지 통지가 타당한지를 판단했습니다.
특히 이달의 소녀 사건에서는 블록베리가 멤버들의 서면 동의 없이 제3자(일본 기획사)에 계약상 권리를 양도한 행위가 큰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이 같은 행위를 전속계약 위반으로 보고, 멤버들이 보낸 계약 해지 통지가 적법하다고 판단함으로써 계약 종료를 인정했습니다.
또한, 정산금 미지급이나 투명성 결여와 같은 소속사의 의무 불이행도 계약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법원은 소속사의 중대한 계약 위반이나 계약 자체의 불공정성이 입증되는 경우, 연예인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는 계약을 애초부터 무효로 볼 것인지, 아니면 해지로 인해 종료된 것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각 사건별로 판단이 갈렸습니다. 일부 청구에서는 계약 무효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해지는 인정하는 식의 절충적 접근이 이루어졌습니다. 법원은 과도한 조항은 시정하면서도 기본적인 계약 관계의 틀은 존중하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4. 멤버별 분쟁 결과와 법적 구제 수단의 차이
이달의 소녀 멤버들이 전속계약 해지를 위해 취한 법적 대응은 모두 동일하지 않았습니다. 핵심은 가처분과 본안 소송을 어떤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제기했는가에 따라 결과의 속도와 절차에 차이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먼저 츄는 가장 먼저 블록베리와의 계약 문제를 문제 삼아, 2021년 말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본안 소송과 함께 가처분을 신청했고, 가장 이른 시점에 법적 구제를 받은 사례입니다. 이후 항소심과 대법원까지 거쳐, 2024년 6월 최종적으로 전속계약 무효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2023년 1월, 희진, 김립, 진솔, 최리, 하슬, 여진, 이브, 올리비아 혜, 고원 총 9인이 공동으로 가처분을 신청했으며, 이 중 희진~최리 4인은 가처분에서 곧바로 승소하여 별다른 추가 법적 다툼 없이 2024년 6월 본안에서도 승소하였습니다.
반면 가처분이 기각됐던 하슬~고원 5인은 2023년 6월 항고심에서 승소했고, 본안은 다소 늦은 2023년 8월에 제기하여 2025년 4월에야 1심에서 전속계약의 효력 부존재가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계약 ‘무효’ 자체는 인정하지 않았으나, 블록베리의 계약상 의무 위반과 일본 기획사와의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절차 위반 등을 이유로 해지의 정당성을 인정했습니다.
가처분 절차 없이 비교적 늦게 법적 대응에 나선 현진과 비비 역시 2023년 5월 승소로 소속사 이탈이 가능해졌고, 이후 본안 여부는 알려진 바 없으나 법리 구조상 비슷한 경로로 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가처분 신청의 타이밍, 소송 병행 여부, 계약서 조항의 세부 내용 차이에 따라 멤버별로 법원의 판단 시점과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모든 멤버가 블록베리와의 전속계약 관계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5. Sugar Recipe | 슈가 변호사의 총평
이달의 소녀와 블록베리엔터테인먼트 간의 전속계약 분쟁은 K-팝 아이돌 계약 분쟁의 전형적인 사례이자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됩니다. 수년간의 법적 대응 끝에 멤버들은 부당한 계약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들의 커리어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았고, 법원 역시 정산 구조의 불투명성, 과도한 계약기간과 위약금, 소속사의 계약상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멤버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판결을 연달아 내렸습니다.
이는 과거에 비해 연예인 권익 보호에 대한 사법부의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업계 전반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실제로 이 사건을 계기로 유사한 상황에 처한 연예인들이 전속계약에 대한 법적 대응 가능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후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사례들도 공개적으로 제기되는 추세입니다.
물론 전속계약 분쟁은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정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법적 리스크도 함께 수반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달의 소녀 멤버들의 사례는 부당한 계약에 맞서 법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선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아이돌 산업에서 오래도록 문제시되어 왔던 불공정 계약 관행에 경종을 울린 중요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며, 향후 연예기획사와 아티스트 간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계약 문화의 정착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상담문의]
Tel: 02-563-5877
H.P: 010-2931-5873
카톡 '법무법인슈가스퀘어' 검색! 또는 카카오톡 상담링크
e-mail: help@sugar.legal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113길 7 백암아트센터별관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