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지 못한 약속은 전액 배상” 신탁사 책임준공 패소와 PF 시장의 변화
책임준공형 신탁은 시공사가 기한 내에 건물을 짓지 못할 때, 신탁사가 대신 완공하거나 대출 원리금을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준공 기한을 넘기는 사업장이 늘어나고, ‘공사 지연은 외부 요인 때문’이라는 신탁사와 ‘약속대로 원리금을 갚으라’는 대주단 사이의 갈등이 소송으로 번져왔죠. 여기에 법원이 냉정한 판결들을 내놓고, 최근 신한자산신탁은 소송 포기 결정을 내리는 등 부동산 PF 시장의 신탁 보증 시대가 저물고 실질적 리스크 관리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1. 신탁사의 ‘책임준공 확약’과 소송의 쟁점
그동안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 신탁사는 시공사가 건물을 완공하지 못할 경우 이를 책임지겠다는 ‘책임준공 확약’을 해왔습니다. 소송은 이 책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는데요.
신탁사의 입장: 원자재 가격 급등이나 인력 부족 등 예상치 못한 외부 요인으로 공사가 늦어진 경우, 신탁사가 모든 금융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논리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하지만 법원은 책임준공 확약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과를 보장하는 무거운 약속'이라고 보았습니다. 신탁사가 받는 높은 수수료에는 '어떠한 외부 요인이 있더라도 기한 내에 건물을 완공하겠다'는 결과에 대한 보증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고 외부 요인보다 계약의 엄중함을 우선시한 것입니다.
시장의 대응: 신한자산신탁은 소송 포기(중단) 결정을 내렸습니다. 약 3,000억 원 규모의 소송에서 1심 패소 후 항소를 이어가다 이를 정리하고 대주단에 원리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의 법적 다툼이 무의미하다는 판단과, 하루 수억 원씩 불어나는 지연 이자를 막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빠르게 해소하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평가받습니다.
2. 시장의 맥락: 왜 이런 구조의 계약이 많았을까?
2021년까지는 책임준공형 신탁이 급증하는 추세였는데요, 당시 부동산 시장의 필요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습니다.
효율적인 자금 조달: 신탁사의 높은 신용도를 활용해 중소 시공사가 참여하는 사업장도 원활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금융권의 안전장치: 돈을 빌려주는 대주단 입장에서는 가장 확실한 완공 보증 수단이 필요했고, 신탁사는 이에 응하며 시장의 윤활유 역할을 해왔습니다.
상호 이익의 구조: 신탁사는 위험을 관리하는 대가로 높은 수수료 수익을 얻었고, 시행사는 사업을 진행할 동력을 얻는 구조였습니다.
3. 변화의 흐름: 양보다 질, 본질에 집중하는 시장
이런 판결의 흐름에 따라 부동산 PF 시장은 투명하고 보수적인 기준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입니다.
리스크 관리 강화: 신탁사들은 과거처럼 공격적인 수주를 하기보다는 사업성을 더욱 꼼꼼히 따지게 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사업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투명한 의사결정: 법원의 엄격한 잣대는 향후 계약 관계를 더욱 투명하게 만들 것입니다. 약속했으면 지킨다는 원칙이 확고해지면 예측 가능한 시장 환경이 조성됩니다.
이번 신탁사의 패소와 지급 결정은 과거의 무리했던 관행을 정리하고, 부동산 금융 시스템이 더욱 탄탄해지기 위한 성장통에 가깝습니다. 당장의 손실은 뼈아플 수 있으나, 시장의 불확실성이 걷히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로 보입니다.
사업성 중심의 선별: 이제 신탁사의 이름만 보기보다, 해당 사업이 얼마나 내실 있게 구성되었는지를 먼저 살피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신탁사의 재무 건전성 확인: 파트너로서 신탁사의 실질적인 체력을 체크하는 것이 표준적인 절차가 될 것입니다.
합리적인 수수료와 분양가: 리스크 관리에 드는 비용이 현실화되면서, 시장 가격 역시 더욱 합리적인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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