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신고하고도 죽었다, 스토킹처벌법은 왜 작동하지 않았나? ㅣ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분석

6번의 경찰 신고에도 막지 못한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을 통해 본 스토킹처벌법의 한계와 잠정조치의 맹점을 형사 전문 변호사가 분석합니다. 6번의 신고에도 막지 못한 비극, 무엇이 문제였으며 피해자를 보호할 실질적이고 확실한 법적 대응 가이드에 대해 알아봅니다.
6번 신고하고도 죽었다, 스토킹처벌법은 왜 작동하지 않았나? ㅣ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분석
최근 남양주에서 발생한 참담한 스토킹 살인 사건으로 온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습니다. 피해자는 무려 6번이나 경찰에 스토킹 피해를 신고했고,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까지 차고 있었지만 끝내 비극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법이 있는데, 왜 지켜주지 못했을까?" 많은 분들이 분노하며 묻고 있습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고 수차례 개정되었음에도, 왜 비극은 반복되는 것일까요?
오늘 슈가스퀘어에서는 남양주 사건을 통해 현재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이 가진 제도적 공백을 분석하고, 그리고 현재 비슷한 고통을 겪고 계신 분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법적 권리와 대응책은 무엇인지 냉철하게 짚어보겠습니다.
 

1. 스토킹처벌법 조치 4단계, 법은 어떻게 설계되어 있나?

스토킹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현행법상 경찰과 법원은 위험성에 따라 4단계의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1. 응급조치 (제3조):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제지하고 경고하며, 피해자를 보호시설로 인도하는 초기 조치입니다.
  1. 긴급응급조치 (제4조): 스토킹이 지속될 우려가 있고 긴급할 경우, 경찰 직권으로 100m 이내 접근금지 및 전기통신 접근금지를 명합니다. (최장 1개월, 위반 시 1천만 원 이하 과태료)
  1. 잠정조치 (제9조 제1항): 법원의 결정으로 가해자를 더욱 강력하게 통제합니다.
    1. 제1호: 서면경고
      제2호: 피해자, 주거지 등 100m 이내 접근금지
      제3호: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제3호의2: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제4호: 국가경찰관서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1. 본안 처벌 (제18조): 수사 및 재판을 통해 스토킹 범죄 자체에 대한 형사 처벌을 내립니다.
이론상으로는 촘촘해 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2026년 3월 24일 보도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접수된 스토킹 범죄 1만 6,339건 중 가해자가 구속된 사례는 단 165건(1%)에 불과했습니다. 가해자가 구속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이상, 서면 경고나 접근금지 명령만으로는 살의를 품은 가해자를 물리적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남양주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거듭된 신고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를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조치인 '잠정조치 제4호(구치소 유치)'나 '구속수사'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2. 6번의 신고, 그럼에도 뚫린 3가지 제도적 공백

남양주 사건은 법 제도의 '구멍'이 피해자의 생명에 직결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위험성 판단의 한계와 소극적 구속, 주관적 공포인가, 객관적 위험인가

경찰대학 한민경 교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선 현장에서 가해자의 위험성을 판단하는 객관적 지표와 시스템이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의 크기보다, 수사기관이 사건을 축소 평가하는 경향이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가해자 '위치추적 전자장치'(잠정조치 3호의2)의 부재

피해자에게는 스마트워치가 지급되었지만, 정작 가해자의 동선을 감시하는 조치는 없었습니다. 현행법상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3호의2에는 가해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할 수 있는 강력한 잠정조치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 가해자에게는 접근금지만 내려졌을 뿐, 가장 실효성 있는 위치추적 장치 부착은 청구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접근금지 명령은 휴지조각에 불과했습니다.

기관 간 '칸막이' 행정, 스마트워치의 한계

설령 전자발찌를 채운다 해도 법무부 소관의 전자발찌 시스템과 경찰청 소관의 피해자 스마트워치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실시간 연동되지 않는 '부처 간 칸막이 현상'이 존재합니다.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행정적 엇박자가 피해자의 골든타임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대검찰청은 이번 사건 직후인 지난 19일, 뒤늦게 '스토킹 강력범죄 대응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3. 대법원은 스토킹 범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제도의 맹점 속에서도, 법리적으로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 잣대가 점점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 대법원 2023도10313 판결: "실제 공포심을 느끼지 않았어도 스토킹이다" 대법원은 "스토킹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객관적·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인지가 기준이며, 현실적으로 피해자가 불안감 등을 느꼈는지는 묻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피해자가 보복이 두려워 애써 담담하게 신고했더라도, 객관적으로 보아 불안, 공포 일으키기에 충분한 행위였다면 스토킹 범죄가 성립하며, 수사기관은 행위 자체의 '객관적 위험성'을 바탕으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 대법원 2024도7832 판결: "잠정조치 위반 + 부재중 전화 = 더 무거운 형으로 처벌" (상상적 경합)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위반하여 부재중 전화를 남긴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전화를 받지 않아 벨소리만 울렸거나 부재중 전화 표시가 남은 것만으로도 스토킹처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가해자의 행위가 잠정조치 위반이면서 동시에 스토킹범죄 그 자체에 해당한다고 보아, 두 죄가 동시에 성립하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상상적 경합 시에는 더 무거운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므로, 가해자는 형량이 더 높은 '스토킹범죄(3년 이하 징역 등)'의 기준으로 엄벌에 처해집니다.
 

4. 스토킹 피해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Q&A

Q1. 잠정조치(접근금지)가 내려졌는데도 계속 찾아오면 어떡하나요?
A. 즉시 경찰에 신고하십시오. 위 대법원 판례에서 보셨듯, 잠정조치를 위반하는 행위는 단순한 명령 위반(최대 징역 2년)을 넘어 스토킹 범죄 자체(최대 징역 3년, 흉기 소지 시 5년)로 보아 가장 무거운 형으로 처벌받게 할 수 있습니다.
Q2. 직접 찾아오진 않고 SNS나 메신저로만 계속 괴롭히는데, 이것도 처벌되나요?
A. 네, 명백한 범죄입니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불안감을 유발하는 글, 음향, 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는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 행위에 해당합니다. 차단하더라도 계속 다른 계정으로 접근한다면 모두 캡처해두셔야 합니다.
Q3. 뚜렷한 증거가 아직 부족한데 경찰 신고가 가능할까요?
A. 가능합니다. 신고 자체가 중요한 증거가 되며,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제지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만 원활한 법적 조치를 위해 통화 녹음, 메시지 캡처, 집 주변 CCTV 확보, 블랙박스 영상 등 일상의 모든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Q4. 경찰이 잠정조치 신청에 소극적이면 어떻게 하나요?
A.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2항에 따라,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잠정조치 청구 또는 그 신청을 '직접 요청'할 권리가 있습니다. 경찰이 머뭇거린다면 변호사를 선임하여 변호인 의견서와 함께 강력하게 잠정조치 청구를 요청해야 합니다.
 
 
"제가 신고하면 그 사람이 앙심을 품고 해코지할까 봐 두려워요."
스토킹 범죄는 '관계성 범죄'의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폭력성이 짙어지고, 최악의 경우 강력 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뼈아픈 교훈은, 국가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하기만을 기다리기엔 피해자가 처한 현실이 너무나 위태롭다는 것입니다.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경찰 신고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수사기관의 미온적 태도를 방어하고, 구속 영장 청구 및 가장 강력한 잠정조치(전자장치 부착 등)를 이끌어내는 '선제적이고 입체적인 방어막'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슈가스퀘어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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