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5] 엔터 분쟁 리포트 | 동방신기 vs SM 전속계약 분쟁, 무엇이 문제였고 무엇이 바뀌었나

동방신기 3인과 SM엔터테인먼트의 전속계약 분쟁은 연예계 계약의 공정성 문제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킨 사건입니다. 법원이 어떻게 판단했고, 그 판결이 K-POP 산업에 어떤 제도적 변화를 불러왔는지 정리합니다.
[EP.05] 엔터 분쟁 리포트 | 동방신기 vs SM 전속계약 분쟁, 무엇이 문제였고 무엇이 바뀌었나

1. K-POP 산업의 구조와 ‘노예계약’ 논란

2000년대 초반의 K-POP 산업에서는 대형 연예기획사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연습생 출신 신인 아이돌들은 데뷔를 위해 장기간의 전속계약을 받아들이는 구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기획사는 연습생 시절부터 교육·훈련 비용을 투자하고, 연예인은 어린 나이에 데뷔를 서두르는 상황에서 불리한 계약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과도한 전속기간과 불공정 조항이 담긴 이른바 “노예 계약”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특히 2009년에는 동방신기 멤버 세 사람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전속계약을 “노예계약”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연예계 전반의 계약 관행에 대한 논쟁이 촉발되었습니다.

이 시기 다른 사건들도 연예계 갑을관계의 어두운 면을 드러냈습니다. 2009년 터진 장자연 사건 등으로 연예기획사의 횡포와 부당한 요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고,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수익 정산 분쟁이나 부당한 대우 폭로가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동방신기 멤버들의 계약 분쟁은 K-POP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되었습니다.

2. JYJ의 법적 대응, 전속계약 분쟁의 시작

동방신기(TVXQ)는 2004년 데뷔 이후 아시아 전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5인조 아이돌 그룹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룹의 성공 뒤에는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멤버들 간 관리 방식과 수익 배분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있었습니다.

결국 2009년 7월, 멤버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는 그룹 활동을 중단하고,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10. 27.자 2009카합2869 결정)했습니다. 이들은 계약 자체가 지나치게 불공정하며, 자유로운 연예활동을 본질적으로 제약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이 문제 삼은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계약기간이 최소 13년에 달하고, 군 복무 등으로 인한 공백까지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연예 경력 대부분을 속박하는 수준이었으며,

  • 계약 해지 시에는 직전 연간 수입의 3배에 달하는 위약배상금을 물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수익 정산 방식에서도 음반·공연 등으로 발생한 수익의 상당 부분이 먼저 회사에 배분되고, 멤버들은 극히 일부만 정산받는 구조였다고 알려졌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아이돌 산업에 만연하던 불공정 계약 관행을 세상에 드러낸 계기가 되었습니다. 언론은 이 계약을 ‘노예계약’이라고 지칭하며 비판했고, 많은 팬들 역시 기획사의 과도한 지배력에 문제를 제기하며 멤버들을 지지했습니다. 사회적 여론이 집중되면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3. 무엇이 문제였나…전속계약 쟁점 정리

이번 분쟁의 핵심 쟁점은 전속계약 자체의 공정성 여부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문제 된 계약 조항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과도하게 긴 전속기간

    계약기간은 13년으로 설정돼 있었으며, 데뷔 당시 대부분 미성년자였던 멤버들에게는 연예 활동 전반을 사실상 구속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군 복무나 휴식 기간이 발생하면 그 기간만큼 계약이 자동 연장되도록 되어 있어, 최대 15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이는 연예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계약으로 지적되었습니다.

  • 소속사의 일방적 통제권 및 계약 연장 권한

    계약에는 소속사의 지휘·감독권이 포괄적으로 인정되어 있어, 멤버들의 활동뿐만 아니라 일상까지도 통제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예를 들어 소속사의 동의 없이는 연예활동 중단이나 은퇴가 불가능했고, 소속사 요청 시 무상출연을 감수해야 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해외 진출, 연습생 기간 등을 이유로 계약기간을 일방적으로 연장할 수 있는 조항들이 관행처럼 존재했습니다.

  • 불공정한 수익 분배 구조

    음반, 공연, 광고 등 각종 활동에서 발생한 수익은 기획사에 우선 배분되었고, 일정 기준 이하의 성과에 대해서는 아예 정산금이 지급되지 않거나 극히 적은 금액만 배분되었습니다. 실제로 앨범 판매 수익의 대부분을 기획사가 차지하고, 일정 판매량 이상을 초과해야만 멤버들이 일부를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는 점에서 정산 방식의 일방성과 불투명성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 과도한 위약금 및 손해배상 조항

    멤버 측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탈퇴할 경우, 연습생 시절 투자 비용의 2~3배 또는 직전 연간 수입의 3배에 달하는 위약벌을 부담해야 하는 조항도 있었습니다. 이는 사실상 계약을 중도 해지할 수 없도록 묶어두는 제약 장치로 작용하며, 법률적으로도 불공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는 과도한 제재 조항으로 평가됩니다.

이상의 조항들은 연예인의 기본권과 이익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소속사의 이익만을 보호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세 멤버와 그 법률대리인은 이러한 계약 내용을 두고「전속(專屬)이 아니라 종속(從屬) 계약」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즉, 연예인이 독립된 인격체로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사에 종속되어 모든 권한을 빼앗기는 형태의 계약이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법원 역시 이 전속계약을 “연예인이 자신의 독자적 의사결정권을 가지지 못하고 기획사의 일방적 지시를 따라야 하는 ‘종속형 전속계약’”으로 규정하였습니다.

4. 법정 공방의 흐름… 2009년 가처분부터 2012년 조정까지

동방신기 3인과 SM엔터테인먼트 간의 전속계약 분쟁은 2009년 7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약 3년 4개월에 걸쳐 이어졌습니다. 법적 대응의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 2009년 7월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13년의 장기 계약과 불공정한 정산 구조 등 계약 조항의 부당성을 문제 삼으며, 계약의 효력을 임시로 중단해 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 2009년 10월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세 멤버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전속계약은 무효이며, 세 멤버가 독자적으로 연예활동을 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이에 따라 JYJ의 독립 활동이 법적으로 인정되었습니다.

  • 2009년 11월

    SM 측은 이에 반발해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동시에 세 멤버의 독자 활동을 두고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함께 제기했습니다. 아울러 JYJ가 새롭게 체결한 C-JeS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에 대해 이중계약 논란을 제기하며 기존 계약의 유효성을 주장했습니다.

  • 2010년

    세 멤버는 ‘JYJ’라는 이름으로 독자 활동을 시작하고 앨범을 발매했지만, SM의 영향력 아래 지상파 음악방송 등 주요 매체 출연이 전면 차단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방송사들은 “소송 중인 가수는 출연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이는 사실상 블랙리스트로 작용했습니다.

  • 2011년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SM이 제기한 이의신청 및 JYJ 활동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다시 한 번 JYJ의 주장을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전속계약은 무효이며, SM은 JYJ의 연예활동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2009년 가처분 결정의 정당성을 재확인한 판결이었습니다.

  • 2011년 ~ 2012년

    본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법원은 조정을 통한 분쟁 해결을 수차례 권고했으나, 초기에는 의견 차이로 조정이 결렬되며 장기화되었습니다. SM은 “법적 분쟁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JYJ는 활동을 이어가며 소송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 2012년 11월

    마침내 서울중앙지법의 조정 권고에 따라 양측은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2012년 11월 28일, SM과 JYJ는 2009년 7월 31일부로 모든 전속계약 관계를 종료하기로 합의하고, 서로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며 향후 간섭하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로써 JYJ는 법적으로 완전히 독립된 연예인으로 인정받았고, SM은 더 이상 이들을 ‘동방신기’로 묶어둘 권리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습니다. (한편 동방신기란 팀 명칭은 유노윤호와 최강창민 2인 체제로 유지되었습니다.)

  • 2013년 이후

    법적 분쟁은 종결되었지만, JYJ의 방송 활동 제약은 여전히 지속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JYJ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에 SM의 방해 행위에 대한 조사를 청구했고, 2013년 7월, 공정위는 SM엔터테인먼트와 연예산업협회(문산연)가 JYJ의 방송 출연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사실이 있었다고 인정, 이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는 법원 판결과는 별도로 행정기관이 연예인의 활동 방해에 대해 제재를 가한 첫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5. 법원의 판단…전속계약의 ‘종속성’을 문제 삼다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전속계약의 공정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일부 계약 조항에 대해 예외적으로 효력을 제한하거나 무효로 판단했습니다. 2009년 가처분 결정과 2011년 이의신청 기각 결정 등을 통해 드러난 법원의 주요 판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전속이 아닌 '종속' 계약

    법원은 해당 전속계약이 연예인의 독립적인 의사결정권을 박탈하고, 소속사의 일방적인 지시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도록 설계된 계약이라며 이를 '종속형 전속계약'으로 규정했습니다. 특히 연예인이 계약 체결 당시 협상력이 현저히 낮은 을(乙)의 지위에 있었고, 소속사가 제시한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불균형한 계약 환경이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13년 장기계약의 비합리성

    법원은 단지 투자금 회수나 해외 진출 등을 명분으로 삼아 13년이라는 장기 계약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돌 그룹의 활동 주기가 7~8년 내외임을 고려할 때, 이를 훨씬 초과하는 전속기간은 사회 통념상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장기 계약은 신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조항으로,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 통제 조항과 과도한 위약금의 무효성

    계약서에 포함된 포괄적인 지휘·감독 조항과도한 손해배상 조항에 대해서도 법원은 모두 불공정한 약관으로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예를 들어 소속사가 연예인의 일정과 수입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계약 위반 시 지나치게 높은 위약벌을 부과하는 조항은 공정거래 질서에 반하고, 신의성실 원칙약관규제법에도 위배된다는 취지입니다.

  • 전속계약 자체의 무효 선언

    특히 서울중앙지법은 “이 사건 전속계약은 무효이며, 우리 법률상 인정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했습니다. 이는 단지 일부 조항을 제한한 것이 아니라, 해당 계약이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서 원천적으로 효력이 없음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법원은 “절대적 약자인 신인에게 강요된 불공정 계약은 무효”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며, 향후 연예계 계약에 적용될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 SM에 대한 방해 금지 명령

    법원은 가처분 결정을 통해 SM 측에 대해 JYJ의 독자적 연예활동을 방해하지 말 것을 명령했습니다. 이는 통상적인 계약 분쟁에서 보기 드문, 특정 행위를 직접 금지하는 명령으로서, SM이 방송국 등에 영향력을 행사해 JYJ의 활동을 제한하는 것을 법적으로 차단하려는 취지였습니다. 이후 2011년 결정에서도 법원은 “SM은 더 이상 JYJ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며, JYJ와 C-JeS 간의 새로운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는 SM의 주장을 기존 판단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법원은 이번 사건을 통해 연예계의 전속계약이라 하더라도 계약법의 기본 원칙을 따라야 하며, 공정성과 형평성이 결여된 조항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JYJ 측 법률대리인도 “이번 판결을 통해 ‘신인 연예인에게 강요된 불공정 계약은 무효’라는 법리가 두 차례에 걸쳐 확인되었다”고 평가하며, 연예계 계약 관행 전반의 개선을 촉진한 계기였다고 밝혔습니다.

6. Sugar Recipe | 슈가 변호사의 총평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 세 멤버(JYJ)와 SM엔터테인먼트 간의 전속계약 분쟁은 K-POP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법적 분쟁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이 사건은 오랜 기간 관행처럼 유지돼온 아이돌 산업 내 불공정 계약 구조의 실체를 드러낸 계기가 되었습니다.

법원은 여러 차례의 판단을 통해, 연예계 관행이나 업계의 논리를 넘어서 헌법과 법률상 공정성 원칙이 우선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 결과, 13년 장기 계약이나 과도한 통제·위약 조항 등은 법적 효력을 인정받지 못했고, 계약 자체의 무효까지 선언되었습니다.

비록 분쟁은 조정으로 종결되었지만, 그 후폭풍은 컸습니다. 표준 전속계약서의 도입, 계약기간의 상한 설정(7년), 방송 출연을 제한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관행을 제어하기 위한 JYJ법 제정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뒤따랐습니다.

법적으로도 이 사건은 전속계약의 공정성에 관한 기준을 확립한 판례로 의미가 큽니다. 연예계와 같은 특수한 산업 영역에서도 계약은 여전히 사적 자치의 원칙신의성실에 기초해야 하며, 한쪽에 현저히 불리한 조항은 무효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더불어, 계약 당시 연예인의 협상력이나 계약 체결 과정의 투명성 등 절차적 정의도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켰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사건은 연예기획사와 아티스트 간의 관계가 단순한 '갑을'의 구조를 넘어, 상호 책임과 권리를 가진 동반자 관계로 재정립되어야 함을 사회적으로 환기시켰습니다. 이후 아이돌 및 신인 연예인들은 계약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법률적 자문을 구하는 관행을 갖추게 되었고, 기획사 역시 투명한 정산 시스템과 합리적 계약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법적·평판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지 하나의 그룹 탈퇴 소송을 넘어, 한국 대중음악 산업이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겪은 구조적 성장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계약의 형식적 자유 뒤에 숨겨진 실질적 종속을 바로잡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지만, 그 결과 산업 전반의 인식 전환과 제도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향후에도 아이돌의 정당한 권익이 보장되고, 기획사와의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관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계속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사건이 남긴 교훈을 바탕으로,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K-POP 산업이 자리 잡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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