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 엔터 분쟁 리포트 | 법원은 왜 피프티피프티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나
1. 성공 후 찾아온 균열…분쟁의 발단은?
걸그룹 피프티피프티(FIFTY FIFTY)는 2023년 상반기 싱글 ‘Cupid’로 세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국내 중소 기획사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미국 빌보드 Hot 100 차트에 진입하며 “중소의 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멤버 아란(정은아)의 건강 악화로 5월 초 긴급 수술이 이뤄졌고, 이후 전원 활동 중단과 함께 소속사 어트랙트(ATTRAKT)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6월 19일, 멤버 4인은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본격적인 법적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소속사 측은 곧바로 “외부 세력이 계약 위반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고, 사건은 ‘치밀한 배후 개입’을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확대됐습니다.
이후 첫 심문기일(7월 5일)을 기점으로 양측의 주장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으며, 해당 사안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에서도 다뤄지며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2. 사건 주요 타임라인
2023.02.24
첫 싱글 앨범 The Beginning: Cupid 발매. 타이틀곡 ‘Cupid’로 국내외 차트 석권
2023.05.02
멤버 아란 건강 악화로 응급 수술, 팀 활동 전면 중단
2023.06.19
멤버 4인, 서울중앙지법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2023.06.23
어트랙트, “외부 세력 개입 확인” 공식 입장 발표
2023.07.05
첫 심문기일 진행. “정산 불투명, 건강관리 소홀” vs “배후 개입 의심”
2023.08.28
서울중앙지법, 피프티피프티 측 가처분 신청 ‘기각’
2023.10.16
멤버 키나(송자경), 가처분 소 취하 및 소속사 복귀 발표
2023.10.19
어트랙트, 잔류 멤버 3인(새나·시오·아란)에게 전속계약 해지 통보
2023.10.24
항고심에서도 기각. (항고이유서 미제출로 각하됨)
3. 피프티피프티 측 주장…"정산 불투명, 건강 방치, 지원 미흡"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은 전속계약 해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소속사의 의무 불이행을 세 가지로 요약했습니다.
① 정산 관련 불신
멤버들은 정산 내역이 불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예컨대, 음원 유통사 스타크루이엔티로부터 2022년 말 선급금이 지급됐지만, 2023년 초 정산서에는 해당 수익이 누락돼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부 항목은 ‘0원’으로 처리되는 등 명확하지 않은 수치가 반복되자, 단순한 정산금 요구가 아니라 정산 자료 접근권 보장을 위한 문제 제기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속계약서상 권리에 따라 정산 자료를 제대로 받고, 정확성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② 건강 관리 의무 위반
멤버들은 활동 중 심각한 건강 이상이 있었음에도 소속사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새벽 시간대 스스로 구급차를 부르거나 서로를 업어가며 병원으로 이동했다는 상황도 제기됐습니다. 특히 멤버 아란의 수술 사실이 본인의 동의 없이 외부에 공개된 점은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충분한 회복 없이 활동 복귀를 요구받은 점 등을 들어, 소속사가 아티스트의 신체적·정신적 보호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③ 매니지먼트 역량 부족
세계적 성공 이후에도 전문 인력이나 체계적인 활동 계획 없이 활동을 이어가야 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멤버들은 글로벌 프로모션에 걸맞은 자원과 스태프의 지원이 부재했다며, “기획사의 관리 능력 한계가 신뢰 파탄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4. 어트랙트 측 반박… "계약 위반 없음, 배후 개입 의심"
이에 대해 어트랙트는 모든 의무를 이행했다며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① 정산 관련 해명
어트랙트는 “아직 수익이 총 제작비를 초과하지 않아, 정산금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법원도 가처분 판결에서 이와 같은 점을 언급하며, “피프티피프티의 수익이 비용을 초과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정산서 누락에 대해서는 외주 제작사 더기버스(The Givers) 측의 실수이며, 문제 확인 후 즉시 수정 조치가 이루어졌다고 해명했습니다.
② 건강관리 문제 부인
아란의 수술과 관련해 활동을 즉시 중단시키고 휴식 시간을 부여했으며, 팬들에게 공지한 내용도 기본적인 소통 차원이었다는 입장입니다. 건강 상태 관련 정보 공개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협의해 진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③ 외부 세력의 개입 의혹
어트랙트는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외부 세력의 개입, 특히 프로젝트 파트너였던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를 지목했습니다. 어트랙트에 따르면, ‘Cupid’의 글로벌 성공 직후 양측 간 갈등이 심화되었고, 이후 더기버스는 계약 해지 후 콘텐츠 자료 파기, 이메일 계정 삭제 등을 강행해 민형사상 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더기버스가 멤버들의 동의 없이 해외 저작권 등록을 시도한 정황 등을 들어 업무상 배임 혐의로 형사 고소한 상태입니다. 어트랙트는 글로벌 음반사 워너뮤직코리아의 개입 가능성도 제기했으나, 워너뮤직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5. 법원의 판단…가처분 ‘기각’, 결정적 사유는?
2023년 8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이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양측의 주장을 검토한 뒤, 아래와 같은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정산 관련 주장…“계약상 의무 위반 소명 부족”
법원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신청인(소속사)이 수익 분배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피프티피프티의 활동 수익이 제작 비용을 초과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산금 누락 주장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부 정산 내역의 누락은 확인되었지만, 소속사가 이후 정정하여 자료를 제공한 점에서 계약상 신뢰 파탄으로 보긴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건강관리 의무…“사회통념상 소홀했다고 단정할 수 없어”
멤버 아란의 수술 이후 일정 조정 등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법원은 소속사의 건강관리 의무 위반이 전면적이거나 중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일정 수준의 대응은 이뤄졌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인력·매니지먼트 부족…“중대한 위반 사유 아님”
전문 인력의 부족이나 매니지먼트 체계의 미흡은 일부 인정되나, 법원은 이를 전속계약의 본질적 목적을 침해할 정도의 중대한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 해지 절차…“시정 요구 없이 일방적으로 해지”
가장 핵심적인 판단 근거는 계약 해지 절차의 위반이었습니다. 전속계약서에는 위반 사유가 있을 경우, 상대방에게 시정 요구를 하고 14일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만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었으나, 신청인(멤버들) 측은 사전 시정 요구 없이 계약 해지 및 가처분 신청을 진행했습니다.
법원은 이와 같은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는 이상, 계약 해지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양 당사자 간의 신뢰관계가 완전히 파탄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계약 관계 유지가 타당하다는 판단을 덧붙였습니다.
6. 더기버스 개입 논란…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번 분쟁에서 주목할 만한 쟁점은 외부 업체 ‘더기버스’의 개입 의혹입니다.
더기버스는 피프티피프티의 음악 제작과 프로젝트 전반을 함께한 협력업체였으나, 계약 종료 후 자료 삭제, 저작권 사적 등록, 인수인계 거부 등의 행위로 소송 대상이 되었습니다.
어트랙트 측 주장…“계약 방해 행위”
어트랙트는 더기버스가 아티스트에게 계약 해지를 종용하고 소속사와의 신뢰관계를 고의로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더기버스 대표를 사기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하였으며, 2025년 현재 형사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법적 판단 기준…제3자의 불법 개입이 성립하려면?
과거 연예계 전속계약 분쟁에서 법원은, 제3자가 계약 당사자의 신뢰관계를 교란하거나 해지를 유도한 경우 형사상 업무방해죄 또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도, 더기버스의 개입이 계약 해지의 직접적 동기로 인정된다면 법적 책임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형사 수사 및 본안 소송을 통해 구체적으로 판단될 사항입니다.
7. Sugar Recipe | 슈가 변호사의 총평
이번 피프티피프티 전속계약 분쟁은 단순한 연예계 이슈를 넘어, 전속계약 해지에 대한 민사법적 판단 기준과 엔터 업계에서 제3자 개입이 가지는 법적 위험성을 모두 보여준 중요한 사건입니다.
“계약 해지, 감정이 아닌 요건으로 판단됩니다”
법원이 전속계약 해지를 인정하기 위해 요구하는 요건은 명확합니다.
계약상 중대한 의무 위반이 있을 것
신뢰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파탄되었을 것
계약서에 명시된 시정 요구 등 사전 절차를 이행했을 것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멤버들의 주장을 기각한 이유는, 위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산 누락은 일부 사실이나, 전체 수익 구조상 정산금 자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됨
건강관리 소홀 역시 일정 수준의 대응이 이뤄졌고, 방임 수준으로 보기 어려움
매니지먼트 부족은 계약상 본질적 위반으로 보기에 부족함
무엇보다 시정 요구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해지 통보는 결정적인 하자로 작용
이는 단순한 형식적 요구가 아니라, 전속계약이 장기간 신뢰를 전제로 체결되는 계약이라는 특수성에 기반한 법적 판단입니다.
“제3자 개입…형사상 처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더기버스의 행위가 다음과 같은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형사상
업무방해죄 (형법 제314조): 계약 이행을 방해한 행위
업무상배임죄: 프로젝트 신뢰를 저버린 채 손해를 초래한 경우
민사상
불법행위책임 (민법 제750조): 제3자가 계약의 안정성을 침해한 경우
손해배상청구, 부당이득반환청구 등도 가능
수사는 현재 진행 중이며, 법원의 본안 판단을 통해 최종적인 법적 책임이 가려질 것입니다.
“계약 해지, 절차와 증거가 핵심입니다”
이 사건이 주는 실무적 교훈은 분명합니다.
소속사 측은
계약 이행의 모든 과정을 문서화하고, 정산자료·건강기록·일정 조율 등은 사전 동의서나 확인서 형태로 남겨야 합니다.
아티스트 측은
불만이 누적되더라도 계약서에 명시된 해지 절차를 철저히 이행해야 합니다. 법률 자문 없이 감정적으로 절차를 생략할 경우,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우며 커리어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피해자는 아티스트’라는 도식에 균열을 낸 판례입니다. 감정이 아닌 법적 요건과 절차 준수 여부가 쟁점의 중심이 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사건에서도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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