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2] 엔터 분쟁 리포트 | 츄 전속계약 무효 판결, 정산 문제만으로 계약 해지 가능할까?

츄 전속계약 무효 소송 사건을 통해 정산자료 미제공이 전속계약 해지 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지, 법원의 판단 기준과 연예계 계약 분쟁에서의 신뢰 파탄 개념을 살펴봅니다.
[EP.02] 엔터 분쟁 리포트 | 츄 전속계약 무효 판결, 정산 문제만으로 계약 해지 가능할까?

1. 사건 경과와 법적 쟁점

츄(본명 김지우)와 전 소속사 블록베리 크리에이티브 사이의 전속계약 분쟁은 K-팝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은 연예인 계약 분쟁입니다. 이 분쟁은 주로 수익 정산 문제에서 비롯되었는데, 츄는 그룹 이달의 소녀(LOONA) 활동 등으로 얻은 수익에 대해 제대로 된 정산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021년 말부터 시작된 갈등은 결국 법적 소송으로 이어졌고, 이 사건은 연예인의 전속계약 해지 요건과 엔터 산업의 불공정 계약 관행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었습니다. 특히 “갑을 관계”로 비유되곤 하는 연예계 계약 구조에서 정산 투명성신뢰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킨 사례로 평가됩니다.

2. 계약 해지까지의 과정

츄와 블록베리의 갈등은 2017년 12월 전속계약 체결 이후 정산 자료 요구 및 수익 분배 문제로 점차 표면화되었습니다. 츄 측은 활동으로 발생한 수익 내역과 정산 자료를 요구하며 여러 차례 정산 불이행 시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츄는 2021년 12월 법원에 전속계약 효력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는 과도한 비용 청구와 수익 분배 구조의 불공정을 이유로 전속계약을 없던 것으로 해달라는 취지였습니다. 이듬해 3월 법원이 양측의 합의를 위해 조정 절차에 부쳤으나 끝내 타협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소송 진행 중이던 2022년 11월, 블록베리 측은 “츄가 스태프에게 폭언을 했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츄를 이달의 소녀 팀과 소속사에서 전격 퇴출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츄는 즉각 “부끄러울 만한 갑질을 한 적 없다”며 부당한 조치임을 밝혔습니다.

더 나아가 블록베리는 2022년 12월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에 츄의 연예활동을 정지시켜 달라는 진정까지 넣으며, 츄가 다른 회사와 사전 접촉(이른바 템퍼링)을 시도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적인 대응 속에서도 츄는 끝까지 법적 절차로 맞섰고, 2023년경 새 기획사 ATRP와 전속계약을 맺으며 연예 활동을 이어나갔습니다. 츄의 사례는 이후 일부 동료 멤버들의 계약 분쟁에도 영향을 주어, 연예계 전반에 전속계약 분쟁의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3. 정산 자료 미제공과 계약해지 사유

이 사건의 핵심 법적 쟁점은 소속사의 정산 의무 불이행이 전속계약을 해지할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는지였습니다. 전속계약은 연예인의 모든 수익활동을 소속사가 관리하고, 그 수익을 계약에 정한 방식대로 나누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투명한 정산과 자료 제공은 전속계약 관계의 신뢰를 지탱하는 기본 의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 판례들은 “계약상 정해진 비율대로 정산하지 않은 경우 연예인이 신뢰 관계 상실을 이유로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정산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행위 자체가 신뢰관계 파탄의 증거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소속사 측은 흔히 “단순한 의무 위반만으로 신뢰가 깨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항변하지만, 정산 의무는 단순 의무를 넘어 계약의 근간입니다. 츄의 전속계약에서도 수익 분배와 정산 조항이 가장 큰 갈등 요인이 되었는데, 매출 대비 비용 처리 방식의 불공정 때문에 츄는 실제로 단 한 푼의 정산금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매니지먼트 계약에서 수익 정산은 연예인 입장에선 생계와 직결되므로, 이러한 자료 미제공이나 정산 지연은 신뢰를 뿌리째 흔드는 심각한 위반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요컨대 정산 문제만으로 계약 해지가 가능한가에 대해, 법원은 “단순한 정산 분쟁”이 아닌 계약 목적을 몰각시킬 정도의 중대한 위반이라면 해지 사유가 된다는 입장입니다. 츄 사건에서 정산 문제는 그저 금전 갈등이 아니라, 소속사가 계약의 성실 이행 의무를 져버려 신뢰 관계가 회복 불능으로 파괴된 경우에 해당했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 “정산 미이행은 중대한 계약위반”

끝내 이 분쟁은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대법원의 판단은 명확했습니다. 2024년 6월 27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츄가 청구한 전속계약 무효확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심 승소 판결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습니다. 즉, 하급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 등 특별한 하자가 없다고 보고 블록베리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이로써 츄의 전속계약은 법적으로 더 이상 효력이 없음이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인정된 핵심 판단은 블록베리 측의 정산 의무 불이행 및 불합리한 정산 구조 자체가 전속계약의 신뢰 기반을 붕괴시키는 중대한 계약위반이라는 점이었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수익분배 조항이 원고(츄)에게 현저히 불리하게 규정되어 있어, 그로 인해 원고는 활발히 활동하고도 정당한 대가를 전혀 지급받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 이달의 소녀 활동으로 2019년 약 28억8800만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비용 정산 후 순이익 11억1000만원에 그쳐, 계약상 정해둔 조건 때문에 츄는 한 푼의 정산금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블록베리는 데뷔 전 연습생 시절의 비용까지 정산에 포함시켜 초기투자금을 거의 회수하면서도 정작 아티스트에게는 배분되는 수익이 없도록 만들었기에, 이러한 극단적으로 불균형한 정산구조는 정의상 용인되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결국 대법원도 하급심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정산 미이행은 전속계약 관계에서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중대한 채무불이행”이라 보아, 츄의 계약해지(무효 확인) 주장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번 판결로 연예산업의 특수성 아래서도 최소한의 투명성 및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는 법리 기준이 확고해졌습니다.

5. Sugar Recipe | 슈가 변호사의 총평

츄 전속계약 분쟁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투명한 정산이 곧 신뢰”라는 점입니다. 연예인과 기획사의 전속계약은 단순한 고용 계약이 아니라, 장기간 함께 해야 하는 파트너십의 성격을 띱니다. 따라서 한쪽이 정산 자료를 제공하지 않거나 정산 의무를 게을리하면, 이는 단순 금전분쟁을 넘어 상호 신뢰의 붕괴로 이어집니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아티스트는 부당한 대우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법원 역시 정산 미이행 등 중대한 위반에 대해서는 계약해지를 정당화해줍니다. 반대로 기획사 입장에서도 이러한 분쟁은 이미지 실추와 법적 패소로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공정한 계약 조건 설계와 성실한 계약 이행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전속계약 분쟁을 예방하려면, 계약 단계부터 수익분배 구조와 정산 주기, 자료 제공 방법 등을 명확히 하고 쌍방이 이해하는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분쟁이 발생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내용증명을 통한 시정 요구나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등 법적 절차를 활용해 정당한 해지 절차를 밟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무엇보다도 계약서 조항 하나하나가 훗날 큰 쟁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전속계약을 체결하거나 해지할 때에는 전문 법률가의 검토와 조언을 구하는 것이 안전장치가 됩니다. 실제로 법원은 전속계약을 일반적인 민법상 위임계약과 달리 신뢰관계를 본질로 하는 특수한 계약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분쟁 발생 시 법률 전문가의 전략적 대응이 승패를 좌우합니다.

츄 사례 이후로 업계 전반에서도 표준전속계약서 보완, 정산 투명성 제고 등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예인 개인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계약 내용을 꼼꼼히 이해해야 하고, 기획사는 공정한 파트너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법무법인 슈가스퀘어는 이러한 연예계 전속계약 분쟁에서 아티스트와 기획사 모두의 입장을 깊이 이해하고 조력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정한 계약 관계 확립과 원만한 분쟁 해결을 위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츄 판결이 보여주듯 정산 문제 계약 해지 사유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며, 그것이 정당화될 만큼의 신뢰 파탄이라면 법의 문은 열려 있습니다. 계약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끝까지 신뢰를 지키는 노력이 가장 좋은 분쟁 예방책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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