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할 때 내가 만든 엑셀 매크로, 지우면 범죄일까? - 업무상저작물의 소유권과 삭제의 법적 한계
5년간 근무하며 3년에 걸쳐 만든 자동화 엑셀 프로그램. 8시간 걸리던 결산을 30분 만에 끝내주던 '마법의 엑셀'을 퇴사하며 삭제했더니, 회사가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겠다고 합니다. 내가 만든 건데 왜 범죄일까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권 귀속부터 파일 삭제의 형사 책임까지, 슈가스퀘어가 정리했습니다.
Apr 29, 2026
1. 최근 화제된 엑셀 매크로 삭제 사건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이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 사건의 A씨는 중소기업에서 회계·총무 담당
- 비효율적인 수동 업무 구조에 불만을 느껴 개인적으로 매크로·함수 기반 자동화 엑셀을 개발
- 퇴사 당일, 연차 수당 미지급·성과급 삭감에 분노하여 자동화 엑셀 파일을 전부 삭제 (원본 데이터·인수인계 문서는 남김)
- 후임자가 수기 업무로 복귀하면서 회사 측이 업무방해죄 고소를 통보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 이 엑셀 매크로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 저작권이 직원에게 있더라도, 삭제하면 범죄인가?
2. 업무상저작물, 회사 것인가 직원 것인가?
저작권법은 업무상저작물에 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31호 (업무상저작물의 정의)
업무상저작물은 법인 등의 기획 하에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을 말한다.
저작권법 제9조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 등이 된다. 다만,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의 경우 공표될 것을 요하지 아니한다."
업무상저작물로 인정되려면 다음 5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 법인 등의 기획: 법인 등이 일정한 의도에 기초하여 저작물의 작성을 구상하고, 그 구체적인 제작을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게 명한 것(명시적, 묵시적 기획 모두 포함)
- 업무 종사자가 작성: 법인 등과 고용관계 또는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에 있는 자가 만들었을 것
- 업무상 작성: 직원의 직무 범위 내에서 직무수행의 일환으로 만들어졌을 것
- 법인 명의 공표: 회사 이름으로 공표되었을 것 (단, 컴퓨터프로그램은 이 요건 불요)
- 계약·근무규칙에 다른 정함이 없을 것
해당 사건에의 적용
이 사건의 핵심은 '법인 등의 기획' 요건입니다.
대법원은 '법인 등의 기획'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7다61168 판결
"'법인 등의 기획'이라 함은 법인 등이 일정한 의도에 기초하여 저작물의 작성을 구상하고 그 구체적인 제작을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게 명하는 것을 말한다."
묵시적 기획도 가능하나, "법인 등의 의사가 명시적으로 현출된 경우와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의사를 추단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
사건의 A씨는 "회사가 시켜서 만든 게 아니라, 내 업무를 편하게 하려고 내 노하우를 쏟아부어 만든 개인 무기"라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 회사의 명시적·묵시적 기획이 없었고
- 회사가 자동화 프로그램 제작을 지시한 적이 없으며
- 직원의 자발적 판단으로 개발한 것이므로
→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하지 않아, 저작권은 직원 개인에게 귀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단, 엑셀 매크로가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에 해당하는 경우, 저작권법 제9조 단서에 따라 공표 요건이 면제됩니다. 이는 회사 입장에서 업무상 저작물 요건을 충족하기 더 쉬워진다는 의미이므로, 직원에게 불리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즉, 회사의 기획•지시 여부, 업무상 작성 여부 등 나머지 요건의 충족 여부가 저작권 귀속의 핵심 판단 기준이 됩니다.
3. 저작권이 내 것이라도, 삭제하면 업무방해죄?
업무상저작물의 저작권 귀속 문제와 파일 삭제의 형사 책임은 완전히 별개의 쟁점입니다.
이것이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대법원 2007. 11.15. 선고 2007도5816 판결
형법 제366조의 전자기록등손괴죄는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여 그 효용을 해함으로써 성립하며, '타인의 전자기록'이란 행위자 이외의 자가 기록으로서의 효용을 지배관리하고 있는 전자기록을 뜻합니다.
즉, 비록 행위자가 오로지 혼자 작성한 것이라 하더라도, 행위자 이외의 자(회사)가 효용을 지배관리하고 있는 것이라면 행위자가 이를 임의로 삭제한 것은 전자기록등손괴죄에 해당합니다.
형사 책임의 구조
- 전자기록등손괴죄 (형법 제366조):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 →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 벌금
- 업무방해죄 (형법 제314조 제2항):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 →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
‼️ 즉, "내가 만든 것이니까 내가 지울 수 있다"는 논리는 저작권 영역에서는 맞을 수 있지만, 형사법 영역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해당 사건의 경우 파일 삭제라는 하나의 행위가 전자기록등손괴죄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 두 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어 형이 더 무거운 업무방해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됩니다.
정리하면, 핵심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 | 판단 기준 |
저작권 귀속 | 누가 만들었는가, 회사의 기획이 있었는가 |
형사 책임(전자기록등손괴죄) | 회사(행위자 이외의 자)가 해당 파일의 효용을 지배•관리하고 있었는가(작성자가 누구인지는 불문) |
형사 책임(업무방해죄) | 파일 삭제로 인해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여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였는가(결과의 현실적 발생은 불요) |
‼️ 직원이 개인적으로 작성하여 회사가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고 지배•관리하지 않았던 파일의 경우, 전자기록등손괴죄가 성립하지않을 수 있습니다.
4. 그렇다면 퇴사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직원 입장 (퇴사 시)
- 자신이 만든 툴이라도 회사 PC에 저장·운영되었다면 함부로 삭제X
- 개인 저작물임을 입증할 증거 사전 확보
- 퇴사 전 저작권 귀속에 대한 서면 확인을 회사에 요청
회사 입장 (리스크 예방)
- 직원이 개발한 업무 효율화 툴에 대한 저작권 귀속 조항을 취업규칙·근로계약서에 명시
- 핵심 업무 프로세스의 특정 직원 의존도 축소를 위해 문서화·인수인계 절차 의무화
- 퇴사 시 데이터 삭제 금지 조항 + 인수인계 프로토콜 규정
- 주요 업무 파일의 정기 백업 시스템 구축
👉 퇴사 시 영업비밀 유출과 관련된 법적 쟁점은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 이직할 때 USB에 담아간 파일, 영업비밀 유출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
☑️ 슈가스퀘어 Check Point
- "내가 만들었으니 내 것"이라는 논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업무상저작물 해당 여부는 '회사의 기획' 유무가 핵심입니다. 자발적으로 만들었다면 개인 저작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반드시 입증 준비가 필요합니다.
- 저작권이 내 것이어도 삭제는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회사가 해당 파일의 효용을 지배•관리하고 있었다면, 전자기록등손괴죄 및 업무방해죄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감정적 대응은 절대 금물입니다.
- 퇴사 전에 전문가 상담을 받으세요.
저작권 귀속, 파일 삭제의 형사 리스크, 인수인계 범위까지 초기 판단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 기업은 사전 예방이 핵심입니다.
직원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시스템은 퇴사와 동시에 리스크가 됩니다. 저작권 귀속 조항과 백업 체계를 반드시 갖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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