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하기 싫어요!” 근로자의 승진거부권과 법원의 판단
승진을 축하받아야 할 상황에서 이를 거부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죠. 책임은 커지는데 보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관리직 자체를 기피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른바 ‘리더 포비아’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렇다면 근로자가 승진을 거부하는 선택은 법적으로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을까요.
요즘 직장인은 왜 승진을 피할까
과거에는 승진이 보상과 성취의 상징으로 여겨졌죠. 하지만 최근에는 팀장이나 관리자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그에 상응하는 보상은 체감되지 않는 반면 책임과 부담은 커지고 조기 퇴직의 위험까지 함께 따른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부업이나 투자 등 소득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근로자 입장에서는 굳이 승진을 통해 책임과 위험을 떠안을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죠. 승진 이후 워라밸이 악화된다는 인식 역시 승진 기피 현상을 키웠습니다.
강성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에서는 전략적 선택도 나타납니다. 일정 직급 이상으로 승진하면 노동조합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데요. 이로 인해 노조의 보호를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승진을 기피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일부 근로자는 승진 제안을 받았음에도 이를 명확히 거부하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승진에도 ‘정당한 이유’가 필요할까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해고나 휴직, 정직, 전직, 감봉 등 불이익 처분에는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징계에는 정당한 이유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승진은 조금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승진은 불이익 처분이 아니라 인사권 행사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 다만, 예외적으로 승진이 실질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그 밖의 징벌'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승진을 빌미로 근로자를 불리한 부서로 배치하거나, 승진 후 부당한 업무 부담을 지우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판례 역시 단순히 근로자가 승진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만으로 사용자의 인사권 행사를 제한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시 말해 “나는 승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해서 회사가 반드시 이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다만 노동조합 활동과 결부되는 경우에는 판단 기준이 훨씬 엄격해집니다. 법원은 승진 시기와 조합 활동의 관련성, 업무상 필요성, 대상자의 능력과 적격성, 인선 과정의 합리성, 승진이 조합 활동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과거 법원의 판단
과거 판례를 살펴보면, 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조합 활동을 혐오하거나 이를 방해하려는 의도로 승진을 시켜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게 했다면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반면 승진이 정기 인사이동의 일환이었고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를 거쳤다면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승진 대상자의 형평과 회사 인사질서를 고려한 정당한 승진이라면 근로자가 승진 거부 의사를 밝혔더라도 사용자가 이를 반드시 존중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누9418 판결 참조).
하지만 사정이 다른 경우도 있겠죠. 과거 법원은 승진과 배치전환이 실질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억제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였다면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형식이 승진이었을 뿐 실질은 불이익이라는 점을 중시한 판단이었습니다(대법원 1998. 12. 23. 선고 97누18035 판결 참조).
승진거부권 인정의 핵심은 결국 ‘사용자의 의도’
결국 승진거부권이 문제 되는 경우, 핵심은 사용자의 인사 조치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단순한 인사 운영 차원의 승진이라면 근로자가 이를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사용자가 노동조합 활동을 꺼리거나 이를 방해하려는 목적에서 승진을 강행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죠. 이 경우 근로자는 해당 승진이 조합원 지위를 박탈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증명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관련 정황이 드러난다면 부당노동행위로 판단될 여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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