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투자받고 12억 배상?…스타트업 대표의 ‘뜻밖의 책임’

스타트업 대표이사가 회사 회생절차 개시로 인해 투자사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개인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5억 투자받고 12억 배상?…스타트업 대표의 ‘뜻밖의 책임’

[Sugar's Preview]

벤처투자 계약에서 회사 회생 시 대표이사의 개인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한 스타트업의 창업자가 투자 유치를 통해 성장을 도모했지만, 경영 악화로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되자 투자사로부터 12억 원 상당의 주식매수청구를 받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조건이긴 했지만, 아무런 과실이 없는 대표이사가 이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면 과연 정당한 걸까요?

*위 사례는 판례를 바탕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실제 사실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슈가스퀘어 슈가 변호사입니다.

최근 벤처투자 계약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의 효력과 창업자 개인의 책임 범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서울중앙지법 2024가합59259 판결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투자계약에 담긴 주식매수청구권이란?

벤처투자에서 주식매수청구권(Put Option)은 투자자의 자금 회수를 위한 안전장치로 자주 활용됩니다. 일정 조건이 발생하면 창업자나 관계인이 투자자의 주식을 정해진 금액에 되사주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그러나 이 조항이 경영 실패와 같은 사유에까지 확장될 경우, 창업자의 책임 범위에 대해 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 사건 개요

2017년, 벤처캐피탈 A사는 스타트업 C사에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5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당시 C사의 대표이자 최대주주였던 B씨는 투자계약의 당사자로 참여했고, 계약서에는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갈 경우 B씨가 A사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2023년 말, C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2024년 1월 법원이 회생개시결정을 내리자, A사는 B씨에게 약 12억 원의 주식매수대금을 청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3. 법원의 판단…회생만으로도 창업자에 책임?

법원은 이 사건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이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에 따라, C사에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식매수청구권이 발생하며, 이에 따라 대표이사인 B씨가 직접 매수대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B씨가 계약 당시 충분히 내용을 검토한 뒤 이해관계인으로 계약에 참여한 점, 계약 조항 자체가 회생절차 개시를 매수청구 사유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특별히 B씨의 고의나 과실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해당 조항은 유효하게 작동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 측이 주장한 민법 제103조(공서양속 위반) 및 제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 적용에 대해서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창업자에게 일정한 책임을 부과하는 투자계약의 구조 자체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고, B씨 역시 궁박·무경험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4. 창업자 책임 확대에 대한 업계의 우려

이번 판결을 두고 법조계와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자에게까지 투자계약상 책임을 직접적으로 물은 이례적인 판단이라는 점에서, 자칫 향후 투자 유치 환경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법무법인 슈가스퀘어의 김주현 변호사는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창업자들이 경영 실패의 부담을 지나치게 짊어지게 되어 투자 유치 자체를 꺼리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대표자에게 무과실 책임을 묻는 관행이 정착된다면,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적 보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과거 벤처투자계약에서는 창업자에게 연대보증이나 주식매수청구권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벤처투자촉진법 제정과 표준계약서 확산을 통해 이러한 조항의 사용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이번 판결이 과거의 투자 관행으로 회귀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경각심을 가지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5. Sugar's Recipe | 슈가 변호사의 총평

이번 판결은 계약의 문언에 충실한 해석을 통해 대표이사 개인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창업자에게 투자 리스크가 전가될 우려가 있는 구조이지만, 법원은 계약서상 명시된 내용이 명확하고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이상 이를 유효로 보았습니다.

이 사건은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투자계약의 내용이 갖는 법적 무게를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향후 벤처투자계약에서 주식매수청구권 등 창업자의 리스크를 과도하게 확대시키는 조항에 대해서는 입법적 보완이나 계약 단계에서의 신중한 협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스타트업을 준비하시거나 투자 유치를 고민하시는 분들께서는 계약서 검토에 더욱 신중을 기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법인 슈가스퀘어는 풍부한 벤처투자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의 권익을 보호하며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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