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모르게 영상통화 녹화했는데… 불법촬영으로 처벌될까?

[Sugar's Preview]

영상통화 중 상대방의 모습을 녹화하는 것은 성폭력처벌법상 '불법촬영'에 해당할까요?

김 씨는 전 여자친구와 영상통화 도중, 상대방이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동의 없이 녹화했습니다. 연인 관계였던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진 이 행위는, 이후 김 씨가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며 논란이 되었습니다. 김 씨는 휴대폰의 화면 녹화 기능을 이용했을 뿐 '직접 촬영'은 아니었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를 불법촬영과 촬영물 소지로 기소했습니다. 이 사건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촬영'의 의미와 처벌 범위를 둘러싼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위 사례는 판례를 바탕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실제 사실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슈가스퀘어 슈가 변호사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영상통화 녹화가 성폭력처벌법상 '촬영' 또는 '촬영물 소지'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한 판결(2024도16133)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법원이 디지털 촬영의 개념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무죄를 선고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영상통화 녹화와 불법촬영의 관계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타인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영상통화와 같이 전송되는 화면을 녹화하는 행위가 이러한 '촬영'에 포함되는지는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2. 사건의 구체적 경위

피고인은 당시 연인 관계였던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하던 중, 피해자가 샤워하거나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피해자 몰래 3차례 녹화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이를 휴대전화에 저장해 소지하고 있었다며, 성폭력처벌법상 '촬영' 및 '촬영물 소지'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3. 법원의 판단…직접 '촬영'이 아니면 무죄

1심과 항소심 모두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 역시 이를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판단을 내렸습니다:

•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에만 적용됨

• 영상통화 화면을 녹화한 행위는 상대방이 스스로 촬영한 영상을 전송한 것에 해당함

• 해당 동영상은 '불법촬영물'이 아니므로, 이를 소지한 행위도 '촬영물 소지'죄에 해당하지 않음

즉, 영상통화에서 전송된 화면을 녹화한 것은 '직접 촬영'이 아니므로 성폭력처벌법상 불법촬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입니다.

4. 이번 판결의 의미는?

이번 판결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촬영 개념을 법률 문언에 따라 엄격히 해석한 사례입니다. 특히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모호하거나 확장된 해석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판결로 평가됩니다.

다만, 도덕적·사회적 비난 가능성과 법적 처벌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영상통화 중 동의 없이 상대방을 녹화하는 행위는 사생활 침해, 인격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나 정보통신망법 등에 따른 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5. Sugar Recipe | 슈가 변호사의 총평

이번 대법원 판결은 성폭력처벌법상 '촬영'의 개념을 법률 문언에 충실하게 해석함으로써, 디지털 환경에서도 법 적용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자 한 판단입니다. 특히 영상통화 녹화와 같은 새로운 기술적 행위에 대해, 기존 법률 개념을 그대로 확장하여 적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그러한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사회적으로 용인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영상통화 녹화가 법적으로는 '직접 촬영'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피해자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관계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법무법인 슈가스퀘어는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및 사생활 침해 사건에 있어 법적 대응뿐만 아니라 예방을 위한 조력까지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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