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알바인 줄 알았는데… ‘보이스피싱 공범’이 된 사연

[Sugar's Preview]

보이스피싱 조직의 말단인 ‘현금수거책’. 범죄에 몰랐다 해도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을까요?

김 씨는 구직사이트에서 '단순 서류 전달 아르바이트'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근로계약서도 작성했고, 일은 단순했습니다. 지정된 장소에서 현금을 수령해 다른 계좌로 입금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며칠 뒤 경찰이 찾아왔고, 김 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일원으로 지목되어 형사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김 씨는 범죄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그렇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슈가스퀘어 슈가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도19221 판결을 중심으로,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의 법적 책임 범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보이스피싱 조직과 현금수거책의 구조

보이스피싱 범죄는 조직적으로 운영됩니다. ‘총책’, ‘콜센터 유인책’, ‘대포통장 모집책’, ‘현금인출책’ 등 역할이 세분화되어 있으며, ‘현금수거책’은 피해자와 직접 대면해 돈을 수거하고 이를 조직이 지정한 방식으로 전달합니다.

이들은 흔히 SNS나 구직사이트를 통해 ‘급여 대행’, ‘서류 전달’, ‘단순 물류 알바’ 등으로 위장된 공고를 내고, 정상적인 절차를 생략한 채 채용됩니다.

법원은 이러한 이례적 채용 과정과 비상식적인 업무 방식 자체가 범죄 가담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는 정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2.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은 무엇을 했나

이번 사건의 피고인은 구직사이트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지만, 대면 면접은 없었고, 회사 실체에 대한 확인도 없이 현금수거 업무에 투입되었습니다.

그는 8명의 피해자에게서 총 9차례, 약 1억 6,900만 원을 수령하고, 이를 조직이 지시한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가짜 공문서(금융감독원장 명의 민원서 등)를 출력해 전달했고,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무통장 송금도 수행했습니다.

피고인은 ‘불법인지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그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3. 대법원은 왜 유죄 가능성을 인정했을까

대법원은 현금수거책의 책임을 다음 기준에 따라 판단했습니다.

1. 범행 방식과 절차가 통상적이지 않다는 점

   면접 없이 이뤄진 채용, 익명 메신저(텔레그램)를 통한 지시, 회사 실체에 대한 확인 없는 업무 수행 등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었습니다.

2. 피해자에게 제시한 문서와 송금 방식의 비정상성

   금융기관 명의의 가짜 문서를 전달하고, 타인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수백만 원을 쪼개어 송금하는 방식은 정상적인 급여대행이나 정산업무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3.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인식

   피고인은 업무 도중 불법 여부를 질문한 바 있고, 범죄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반복적으로 현금을 수령하고 송금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피고인이 전체 보이스피싱 구조를 몰랐더라도,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4. ‘몰랐던 알바’도 처벌될 수 있다

이 판결은 단순한 구직자라도 업무의 내용과 정황을 통해 불법성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면, 그에 대한 형사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아래와 같은 업무 제안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 현금을 수거하거나 송금하는 업무

• 신분증, 통장, 개인정보 제공 요구

• 회사 실체에 대한 정보 없이 텔레그램 등 비정상적 경로로 진행되는 채용

5. Sugar Recipe | 슈가 변호사의 총평

이번 판결은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단순 실행자라고 하더라도 범죄 구조 속에서 일정 역할을 수행했다면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 ‘모르고 했다’는 주장만으로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이례적인 채용절차나 업무 방식이 동반된 경우, 법원은 범죄에 대한 인식 가능성을 무겁게 평가합니다.

• 현금수거책도 공범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전모를 몰랐더라도, 본인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가능성을 용인했다면, 공모공동정범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합니다.

• 구직 과정에서도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구인광고나 제안이 수상하다면, 반드시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업무는 피해야 합니다.

단순 알바라 여겼던 일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시대입니다. 억울하게 연루되었거나, 본인의 행위가 범죄로 판단될지 의문이 드는 경우라면, 반드시 초기 단계에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슈가스퀘어는 형사 절차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조언과 대응 방안을 함께 고민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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