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한약 택배 배송 논란, 대법원이 밝힌 약사법 위반 판단 기준

[Sugar's Preview]

대면 없이 전화 주문으로 한약을 택배 배송한 한약사, 약사법 위반일까요?

한약사 김씨는 20년 넘게 한약국을 운영하며 단골손님들의 건강을 책임져왔습니다. 어느 날, 오랜 단골손님이 전화로 "지난번 처방해주신 한약이 너무 좋았어요. 같은 걸로 한 제 더 보내주세요"라고 요청했습니다. 김씨는 이미 대면 상담을 통해 처방했던 동일한 한약이니 택배로 보내드려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친절한 배려가 약사법 위반이 되어 법정에 서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위 사례는 판례를 바탕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실제 사실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슈가스퀘어 슈가 변호사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한약사 김씨가 기존 고객에게 전화로 동일한 한약을 주문받아 택배 배송한 행위가 약사법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3도9880 판결을 통해 한약 비대면 판매의 허용 범위와 한계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사건의 배경

피고인 한약사는 2019년 9월,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본인의 한약국에서 고객과 대면하여 상담한 후 다이어트용 한약 30일분을 25만 원에 판매하고, 택배로 발송했습니다. 이후 같은 고객이 2019년 11월에 다시 전화로 동일한 한약을 요청했고, 피고인은 전화 상담 후 계좌로 입금받은 대금을 확인하고 동일한 한약을 택배로 재배송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약사는 해당 행위가 약사법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검찰은 약국 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소에 이르렀습니다.

2. 1심과 2심의 판단

1심은 한약사의 행위가 약사법 제50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반면, 2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 첫 번째 판매는 대면 문진을 통해 이루어졌고,

• 두 번째 판매 역시 같은 고객이 기존과 동일한 한약을 요청했으며,

• 전화 통화 시 이상 증상이 없다고 확인한 점 등을 들어, 전체 행위가 약국 내에서 이뤄진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았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와 같은 항소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습니다.

• 약사법 제50조 제1항은 약국 또는 점포 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이는 복약지도, 보관·유통 중 변질 방지, 사고 시 책임소재 명확화를 위한 규정임.

• 한약도 의약품에 해당하므로, 환자를 대면한 상태에서 복약지도를 하고 신체 상태를 확인한 뒤 조제 및 전달이 이뤄져야 함.

• 피고인의 행위는 전화로 주문을 받은 후, 중간 과정 없이 택배로 배송된 것으로, 약국 내에서 주요 행위가 이뤄졌다고 보거나 동일한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움.

• 동일한 성분, 가격의 한약이라도 재판매 시에는 대면 복약지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의약품 판매장소 제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됨.

결국 대법원은 항소심이 약사법의 법리를 오해했다고 보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4. 한약 비대면 판매, 가능한가?

이번 대법원 판결은 한약의 비대면 판매 행위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음을 명확히 한 사례입니다. 비록 과거에 대면 상담을 통해 동일한 한약을 처방받은 고객이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주문을 전화로 받고 택배로 배송하는 방식은 약사법이 정한 판매 방식에 위배될 수 있습니다.

이는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단골 고객에게 친절히 대응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5. Sugar's Recipe | 슈가 변호사의 총평

한약사나 약사분들께서는 단골 고객과의 신뢰 관계 속에서 기존 처방 약을 편의상 전화로 주문받아 배송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은 비대면 거래가 약사법상 허용되기 위해서는 의약품 판매의 전 과정이 약국 내에서 이뤄졌거나, 최소한 그에 준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약사법 위반 여부는 단순히 성분이 동일한 한약을 배송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확인하고 복약지도를 적절히 수행했는지, 그리고 약의 전달 방식이 법이 정한 방식에 부합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한약사의 조제·판매 과정에서 법률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택배 배송이나 전화 주문 등 비대면 행위에 앞서 반드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한약 구매를 고려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한약국에 직접 방문하여 전문가의 상담을 받은 뒤, 대면을 통해 적법하게 조제된 한약을 수령하시기 바랍니다. 한약은 단순한 상품이 아닌 의약품이며, 판매·전달 방식에 따라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슈가스퀘어는 의료·약사 관련 법률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한약 조제 및 판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에 대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며, 관련 업계의 법률 준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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